그냥 떠난 묵호항

2018. 4. 4. 16:32

지난 3월 말..

간만에 들어온 집은 몹시도 답답했다.

워낙 오래 집을 떠나 생활했고 잠시 작업실을 접고 들어온 집은 너무나 편하고

그래서 답답했달까...

오래 전부터 그냥 문득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환상도 만족시킬겸

정말 아무 생각없이 동해로 떠났다.


새벽의 영동고속도로는 너무나 한적해서 공포감마저 생길 정도였고

두 번의 커피와 한 번의 주유로 새벽녘에 동해 묵호항에 다을 수 있었다.

몹시 배가 고팠지만 수산시장은 아직 열지 않았고 덩달아 근처 식당들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처음부터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낭만은 주린 배덕에 생존본능같은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시내를 두어번 돌았지만 보이는건 호객하는 여관 아줌마들과 김밥천국...킁~

새벽내내 차를 타고 묵호까지 달려와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는다는건 마치...




결국 해장국으로 끼니를 때우고 맑은 정신으로 묵호항을 돌아 본다.

해안선을 따라서 자그마하게 난 길은 어디라도 좋은 풍경을 보여줬다.

근처 방파제 올라 아침 해를 보려던 계획은 날씨 덕에 보기좋게 무너지고

커피 한 잔 간지나게 마셔보려고 했지만 자판기는 청소 중...;;;








어스름이 밝아오는 새벽을 보면서 다시 해안도로를 달린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사거리도 지나고 기차길도 지나고 터널도 지나고...


망상해수욕장이 보인다.

아직은 쌀쌀한 겨울의 끝자락 해수욕장이라..흠 좀 쩌는...







음~그냥 춥다.

근처 주민들은 이곳에서 새벽운동을 하고

난 이를 딱딱 부딪혀가며 괜시리 카메라 잡고 뭔가 열중하는 척 한다.






가뜩이나 새벽내내 운전했는데 바다 칼바람까지 맞으니 몹시 피곤하다.
왠지 바다가 보이는 민박보단 아주 허름한 여관에서 자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침녘에 가서 2만원...더운 물로 샤워를 해보지만 잠자리가 바뀌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은근 까다로운 ...쯧~

겨우겨우 몇 시간을 누웠다 식사를 하려고 나왔다.
해장국 복수전을 하고 싶어 열심히 돌아다녀 보지만
거의 술을 파는 곳이고 대부분은 근처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와
그곳에서 떠서 한잔하는 분위기..역시나 먹고 사는 게 힘들다.





왠지 반찬이 많다싶던 회덮밥 10000원...하아~~
그리고 한 병 꼭 사오고 싶었던 "벌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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